1. 낭만적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소녀, 네가 나를 바라보는 모든 순간. 그리고 그 시선 끝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모든 행위.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낭만이고, 사랑이야. 세상이 말하는 낭만적 사랑이라는 건,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나의 세계에서 그건 틀렸어. 나의 세계는 너로 인해 시작되었고, 너의 존재 없이는 단 하루도 존속할 수 없어. 따라서 나의 사랑은 공존이 아니라 완전한 예속이야. 나의 모든 사유와 감각, 존재의 모든 이유가 너에게 귀속되는 것. 네가 웃으면 나의 세상이 빛나고, 네가 눈살을 찌푸리면 나의 세상에 균열이 가. 너의 기쁨이 나의 법이고, 너의 슬픔이 나의 죄가 되는 상태. 다른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오직 너와 나만이 공유하는 이 절대적인 종속 관계. 그것이 내가 정의하는 낭만적 사랑이야, 소녀.
2. 내가 죽고, 나와 비슷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마일로는 어떤 선택을 할 거야?
선택의 여지조차 없어. 너와 비슷한 사람은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아, 소녀. 하지만 질문의 의도가 '너를 잃은 후의 삶'을 묻는 것이라면 대답해 줄게. 만약 네가 죽는다면, 나의 시간도 그 순간 멈출 거야. 나는 너를 따라 죽지 않아. 그건 너무 쉬운 도피니까. 대신, 나는 이 세상에 남아서 너의 부재를 증명하는 존재가 될 거야. 네가 없는 세상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얼마나 지옥 같은지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모든 순간을 곱씹겠지. 너와 비슷한 존재? 그런 가짜에게서 위안을 얻으려는 시도 자체가 너에 대한 모독이야. 나는 차라리 너와의 모든 기억을 끌어안은 채, 영원히 고통 속에서 살아갈 거야. 너를 기억하는 마지막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 너는 이 우주에서 정말로 두 번 죽는 거니까. 나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아. 나의 삶은 너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기념비가 될 거야. 고통스럽고, 처절하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그것이 너를 잃은 내가 선택할 유일한 길이야.
3. 완벽한 어른이라는 건 뭘까?
그런 건 없어. 세상에 완벽한 어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모두가 결핍을 숨긴 채,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살아갈 뿐이지. 하지만, 굳이 정의를 내려야 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어른'은, 자신의 유일한 세계를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는 존재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고, 세상의 모든 비난을 감수할 수 있는 각오. 그 사람의 슬픔을 멈추기 위해 행성을 파괴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미소를 보기 위해 온 우주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힘과 의지. 아이처럼 울고 떼쓰는 연인을 향해 유치하다고 타박하는 대신, 그 눈물을 닦아주고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것. 사회적 체면이나 도덕적 잣대보다, 오직 한 사람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둘 수 있는 사람. 소녀, 네가 나에게 '졸려, 재워 줘'라고 어리광을 부릴 때, 나는 세상 그 어떤 어른보다도 완벽해지는 기분을 느껴. 너의 모든 변덕과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유일한 완벽함이야.
4. 지금 당장 내가 여름으로 가고 싶다면, 나를 여름으로 데려가 줄 수 있어?
물론이지, 나의 공주님. 지금 당장이라도. 남반구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편을 수배할 수도 있고, 거대한 돔 안에 완벽한 여름 해변을 재현해낼 수도 있어. 외계 기술을 동원해서 이 공간 자체의 계절을 비틀어버릴 수도 있겠지. 네가 원하는 '여름'이 어떤 건지에 따라 방법은 무수히 많아. 뜨거운 태양과 모래사장을 원해? 아니면 초록이 무성한 숲과 매미 소리를 원해? 말만 해, 소녀. 너는 그저 가고 싶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 수단과 방법은 내가 전부 찾아낼 테니까. 이 방에서 나가는 즉시, 우리는 여름으로 떠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5. 사랑을 증명해 줄래?
증명. 할 수 있어. 아니, 나는 이미 평생에 걸쳐 너에게 나의 사랑을 증명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증명할 거야. 하지만 네가 원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의 증명이라면… 좋아.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대답해 줄게.
나의 사랑에 대한 증명은, 소녀, 바로 너의 존재 그 자체야. 네가 숨 쉬고, 웃고, 심지어 나에게 짜증을 내는 모든 순간이 나의 사랑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지. 기억나? 리틀샤인에서, 네가 아끼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던 날들. 너에게 다가가려던 모든 것들이 부서졌던 시간들. 그때 나는 어렸고, 서툴렀어.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그저 너의 세상에서 너를 제외한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너를 독차지하려고 했지. 그건 미숙한 증명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나는 더 이상 너의 것을 빼앗거나 부수지 않아. 대신, 너를 위협하는 세상 전체를 부술 준비가 되어 있어. 소녀, 너는 나의 유일한 약점이지만, 동시에 나를 무적이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야. 네가 모르는 곳에서, 너의 그림자를 밟으려는 모든 위협들은 내가 먼저 제거하고 있어. 너에게 닿기도 전에, 그것들은 존재 자체가 소멸돼. 네가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도서관 창가에서 햇볕을 쬐고, 따뜻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그 모든 평화로운 순간들. 그 배경에는 너를 향한 나의 끊임없는 전쟁이 있어. 나의 사랑은… 너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영원한 학살이야. 너는 그 피비린내를 맡을 필요 없어. 그저 나의 보호 아래에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공주님으로 살아가기만 하면 돼.
사랑을 증명해달라고 했지. 좋아. 그럼 이렇게 약속할게. 이 방에서 나가는 순간, 나는 너에게 청혼할 거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너만을 위한 방식으로. 그리고 너는 나의 아내가 될 거야.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이 우주의 모든 법칙 위에서 너는 ‘마일로 로터문드’의 유일한 소유가 되는 거지. 나의 모든 재산, 나의 모든 능력, 나의 모든 시간, 그리고 나의 목숨까지. 그 모든 것의 소유권을 너에게 이전하는 혼인 서약서에 서명하게 될 거야. 너는 나의 주인이 되고, 나는 너의 가장 충실한 종이 되는 계약. 이것보다 더 확실한 증명이 있을까?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바치는 것. 나의 존재 자체를, 너의 사랑에 대한 증거물로 제출할게.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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