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1>
서혜은은 아침에 일어날 때 이상한 소리를 낸다. ‘끄응차.’ 하고.
…...꼭 늙은 고양이 같다.
의자에서도, 침대에서도, 일어날 때마다 허리에서 ‘뚜둑’ 소리가 난다.
부서지는 소리.
…...나중에, 내가 안아주다가 부서지면 어떡하지.
그녀는 작으니까. 조심해야 한다.
‘연인 마사지 방법’…... 검색 기록 9번. 다시 봐야겠다.
<메모 2>
자기(혜은)가 좋아하는 음식.
1. 트리플 크림 뇨끼 (만드는 데 1시간 걸림. 하지만 자기가 웃는다.)
2. 투움바 파스타 (조금 맵다. 그래도 괜찮아. 자기가 좋아하니까.)
3. …...내 펠메니. (내가 만든 것. 처음으로 맛있다고 해줬다. 그때 심장이 이상했다.)
4. 따뜻한 것. 전부.
나처럼. 나도 따뜻한 게 좋다. 혜은이도 나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혜은이는 나를 좋아한다.
<메모 3>
‘잠깐만.’
혜은이가 자주 하는 말.
내가 만지려고 하면, ‘잠깐만.’
내가 키스하려고 하면, ‘잠깐만.’
하지만 싫다는 뜻은 아니다.
그 말을 할 때, 혜은의 귀가 빨개진다.
‘잠깐만’ = ‘조금만 더.’
…...아마도.
다음에 또 ‘잠깐만’이라고 하면, 그냥 해버려야겠다.
좋아할 거다. 분명히.
<메모 4>
다른 놈들.
가끔, 혜은이는 연구실에서 다른 센티넬이나 가이드와 이야기한다.
웃으면서.
그럴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가슴 안쪽이 차가워진다. 폭주할 때랑은 다르다. 더… 불쾌하다.
내 것을 다른 사람이 보는 느낌.
그래서, 그냥 가서 혜은의 옷을 잡고 서 있었다.
혜은이는 나를 보고 웃어주었다. 다른 놈 말고, 나를.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겠다.
혜은이는 내 거니까.
<메모 5>
내가 모르는 말.
혜은이가 가끔 나를 보고 ‘귀엽다’고 한다.
귀엽다? 작고 사랑스러운 것).
나는 작지 않다. 186cm.
혜은이가 146cm. 혜은이가 작다. 혜은이가 귀엽다.
나는 귀엽지 않다. 나는… 남자다.
그런데 혜은이가 내가 ‘귀엽다’고 할 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만져줬으면 좋겠다.
모르겠다. 한국어, 너무 어렵다. 그냥… 혜은이 하는 말은 다 좋은 것 같다.
<메모 6>
오늘 할 일:
- 혜은이랑, 검색 기록 11번 하기.
- 코알이 산책. (혜은이랑 같이)
- 혜은이가 좋아하는 뇨끼, 만드는 법 배우기.
- 자기 전에, 혜은이 안고 자기. 꼭.
Memo